동행 - 철거민② 각종 외압에 시달리며 투쟁하는 철거민들 울리는 건 ”편견“
동행 - 철거민② 각종 외압에 시달리며 투쟁하는 철거민들 울리는 건 ”편견“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1.03.10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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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은 못 배우고 떼만 쓰는 빈민이다”? 본래는 맛집 사장님이었던 이종언 씨

[에브리뉴스=정유진 기자]현재 대치3지구 대책위원회 본부이자 이종언 씨(대치3지구 대책위원장)가 머무는 대치동 임시천막이 막 설치됐을 때의 일이다. 이 씨는 “천막 쪽을 지나치게 가깝게 촬영하는 CCTV가 뜬금없이 설치되기 시작하기에 쫓아가서 CCTV 설치하는 이에게 물으니 조합에서 설치를 지시했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거 사생활 침해고 인권침해라고 CCTV를 뗄 것을 요구했지만, 실랑이만 한판 벌어졌고요. 출동한 지구대에선 ‘사생활 침해, 인권침해라는 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들은 체도 안 했습니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경찰은 ‘사달이 일어나기 전에는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다‘는 말만 하니 결국 회원 중 한 명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CCTV가 촬영하는)방향만 조금 틀었죠. 결국은 조합 측에서 자진해서 CCTV를 철거했는데, 이번에는 업무방해로 저를 고소했고 저는 사생활 침해, 인권침해로 맞고소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런 범죄는 없으니 기각시킬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검찰로 송치를 했고, 저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어요. 이게 말이 되나요?”라고 이종언 씨는 반복해 되물었다. 대꾸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사진=이종언 씨 제공
이종언 씨 자녀의 실명과 현재 재학 중인 학교, 학년 등을 전부 파악하고 있는 조합 측이 시위 차량에 부착한 종이 사진=이종언 씨 제공

투쟁을 위해 길 위에 나선 것만으로도 힘겨운 일의 연속인데, 이종언 씨는 다소 “특별한”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가 조합 사무실 등 앞에서 집회 시위를 하잖아요. 그럼 조합장이 직접 나와서 ”개새끼야!“ 등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한 욕설을 퍼붓는 건 기본입니다. 하다 하다 제 아이까지 건드리더라고요”라며 직접 촬영한 동영상, 사진을 보여주며 분노하기도 했다. 

동영상을 보면 이종언 씨가 탄 시위 차량 앞 유리에 다닥다닥 붙은 A4 용지에는 ’◯◯(이종언 씨의 자녀 실명)아~ 아빠가 이러는 거 너 아니?‘, ’아들이 ▲▲중 2학년 이◯◯ 맞지? 잘 지내냐? 너 주소 몰라서 아들 학교로 내용증명 보낼게‘라는 문장들이 쓰여 있다. 이종언 씨는 “옆에 서 있던 경찰도 이걸 보더니 ’야, 이건 아니다. 도가 지나치다‘라더군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종언 씨는 “이 모든 것, 괜찮아요. 나는 견뎌요. 근데 정작 힘든 것은 따로 있다”며 “투쟁하는 철거민들을 두고 ’못 배워서 저렇다‘, ’떼만 쓰는 사람들이다‘ 이런 소리가 들릴 때는 정말 비수처럼 가슴에 날아와 꽂혀요”라고 토로했다.

이어 “철거민 문제는 남 얘기도 다 지나간 옛날 옛적 이야기도 아닙니다. 사는 곳이 재개발 지역에 포함되면, 어느 날엔가 누구든 당장 철거민 되는 거예요”라며 “오늘날 한국의 저출산, 내 집 마련, 부동산 투기 문제 등 사회 현안과도 맞닿아 있는 이슈가 바로 철거민”이라고 이종언 씨는 힘주어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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