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수자와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
[기자수첩]소수자와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1.04.18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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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정유진 기자]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가 아들과 KBS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에 출연하는 것 때문에 벌써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사유리 씨가 비혼에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했다는 이유로 지난달부터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고, 서울시 영등포구 KBS IBC 앞에서는 릴레이 1인 시위가 시작된 바 있다.

사진=청와대국민청원 홈페이지
후지타 사유리 씨가 아들과 KBS 예능 '슈돌‘에 출연하는 것을 반대하는 청원이 지난달 올라왔다. 사진=청와대국민청원 홈페이지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학부모 김수진 씨는 “현재 전국에서 올라온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우리는 사유리 씨 개인의 인생을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낸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제본분을 다 하고 있는지를 꾸짖는 것”이라며, “우월한 조건의 정자를 골라 돈 주고 사서 인위적으로 아이를 출산하는 행위 자체도 문제고, 더군다나 그런 집의 양육 과정을 왜 굳이 KBS 예능방송을 통해 우리가 시청해야 하는가라고 문제 제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애들이 워낙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니 무심코 모방하거나, 비혼 가정을 이상적인 가정인양 인식하는 등 기본적인 성 윤리·가정해체까지 불러올 소지도 다분하다. 한국에서 비혼 출산은 엄연한 불법(?)이기도 하다”며, “사유리 씨가 KBS 슈돌에 출연하게 되면, 비혼모 가정을 마치 우리 사회가 모두 용납하고 받아들인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저 역시 소수자 차별에 반대하고 이들을 배제하거나 거부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원론적인 발언을 하더니, 이어 “다만 퀴어 축제 장소를 도심 밖으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말한 것과 묘하게 닮아있다. 그가 언급한 “거부할 권리”와 학부모 김 씨의 “비혼모의 공영방송 출연은 잘못”이라는 주장은 결국 소수자들에게 ’내 눈에 띄지 마‘, ’아무 소리 내지 마‘, ’그냥 투명인간처럼 있어‘라는 소리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소수자들을 단순히 싫어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그들을 폭력과 강압으로 억누르려 하는 꼴이다. 고 변희수 육군 하사와 제주퀴어문화축제 김기홍 공동조직위원장의 자살, 연이은 아시안 증오 범죄의 희생자들만 봐도 소수자들, 말 그대로 ’소수‘에 불과한 이들에 대한 혐오와 증오는 이제는 ’두려움‘에 경도된 수준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나는 정상이고 너는 비정상”이라고 규정짓고 매도하는 행위를 통해 자기 프레임의 안정화를 꾀하는 기제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아시안이라서, 트랜스젠더라서, 비혼모라서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폭력과 테러 행위의 타깃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어려운 말 갖다 붙일 것 없이, 우리 모두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되지 않을까. 소수자든 비소수자든, 그저 모두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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