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文도 9년 고심 끝 포기…尹의 급한 집무실 이전
[기자수첩] 文도 9년 고심 끝 포기…尹의 급한 집무실 이전
  • 안정훈 기자
  • 승인 2022.03.22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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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대통령이 되고난 이후에도 청와대에만 고립돼있지 않고, 일이 끝나면 남대문시장에 나가 포장마차에서 소주도 한 잔 하고, 젊은 사람들이 취업 때문에 고통 겪는 노량진 고시촌에도 가보겠다. 시민들 속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지난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일 당시 했던 밝힌 포부다. 문 대통령은 이때 낙선한 후 2017년에도 비슷한 취지의 공약을 했고, 당선 이후에는 광화문대통령공약 기획위원회를 출범시켜 이를 위한 구체적 계획 수립에 나섰다. 이른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위한 준비였다.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환담장으로 장소를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환담장으로 장소를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오래된 문 대통령의 열망이 포기로 종결된 것은 2년이 지난 2019년이다. 당시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 자문위원은 브리핑을 통해 “집무실을 현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기능 대체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의 의의는 문 대통령이 ‘광화문 대통령 시대’라는 꿈을 준비하는 시간에 있다. 처음 아이디어를 밝힌 지 7년. 집권 후 계획 수립에서 포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기간 공약 구체화 및 준비과정에서 내린 결론은 포기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광화문이 아닌 용산 국방부로의 이전을 원한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라 다르지만 윤 당선인 측은 대선후보 때부터 정부서울청사와 국방부를 새 집무실로 검토한 모양새다. 이 기간이 짧으면 1개월, 길어도 1년이 채 안 된다.

민주당 측에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공약을 비난하는 이유는 이 짧은 준비기간에 있다. 현 정부는 몇 년을 검토한 끝에 이전 불가 판정을 내렸는데, 몇 달 검토 결과로 이전을 요구하니 ‘졸속’으로 보이는 것이다. 당선 직후까지 문 대통령처럼 ‘광화문 대통령’을 외쳤던 윤 당선인의 입장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도 이러한 비난을 사는데 한몫 했다.

윤 당선인은 사실상 정부에 ‘5월 10일까지’로 기한을 못박아뒀다. 국민에게 청와대를 완전 개방해 돌려주겠다고 한 대목이다.

이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5월 10일은 ‘다음 정부’의 수장인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로, 결국 현 정부에서 기한을 맞춰 완성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의 각종 기밀시설과 장비를 약 50일 내로 옮겨야 한다.

윤 당선인이 고민할 시간은 적었고, 이행을 위한 준비는 직접 하지 않는다. 이행 과정에서 생길 리스크는 오롯이 청와대 수장이자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의 몫이다.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은 협의는커녕 만나지도 못했다. 현 정부가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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