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가 29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대통령실에서도 “야당과의 대화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양측의 만남 제안은 단어에서부터 차이를 보여 속뜻이 주목되고 있다. 이 대표는 ‘영수회담’을 거론한 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야 지도부 면담’이라고 선을 그었다.
‘영수회담’과 ‘여야 지도부 면담’ 차이는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려운 경제현실, 민생위기 앞에서 후퇴를 막고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말씀 다시 한 번 드린다”며 “이를 위해 윤 대통령께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영수회담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야당과의 대화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여야 지도부 면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드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영수회담’이라고 한 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야 지도부 면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영수회담은 일반적으로 대통령과 당 총재의 회담을 뜻한다. 영수회담에서 ‘영수(領袖)’ 자체가 무리에서의 지도자를 뜻하는 말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영수회담’이라는 단어는 ‘당 대표’ 이전에 ‘총재’가 있던 시절에 사용되던 단어였다. 단어 자체의 의미만 보자면 여야 대표 간의 회동도 ‘영수회담’이라 해야 하지만, 현재는 ‘회동을 가졌다’고 하지 영수회담을 했다고는 표현하지 않는다.
‘영수회담’이 이뤄지던 시대는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던 시대다. 문민정부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영수회담을 가진 바 있으며, 김대중 정부에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수차례 회동을 가졌다. 우리나라의 실질적 마지막 영수회담은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간의 영수회담이다.
근래에는 영수회담 대신 여야 정당 대표들과 대통령이 한 자리에 모이는 회담이 많아진 편이다. 이런 관점에서 ‘영수회담’ 대신 ‘여야 지도부 면담’이라는 대통령실의 답은 사실상 1 대 1 만남을 거부한 셈이다.
관점은 ‘영수회담’이 내포한 권위성이다.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등 소수정당을 무시하는 처사로 비칠 수 있어 ‘협치’와 맞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영수회담-1대1 회담으로 회담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실제 대통령실은 지난 5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영수회담을 제안했을 때도 “영수회담이라는 표현은 대통령이 사실상 여당 총재를 겸하던 지난 시대의 용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이 영수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점도 참고하시길 바란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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