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2롯데월드 ‘프리오픈’…불안한 리더는 사양합니다
[기자수첩] 제2롯데월드 ‘프리오픈’…불안한 리더는 사양합니다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09.03 1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원순 서울시장.@Newsis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제2롯데월드 임시개장의 부담이 국민들에게 전가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공을 시민들에게로 돌렸기 때문이다. 여론 반발에 대한 부담을 덜고 최선을 다했다는 명목을 줄 수 있어 책임 분산을 노린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 임시사용 승인과 관련 브리핑을 열고 “고층부 공사에 따른 안정성여부, 석촌호수 수위저하에 대한 우려가 높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게 됐다”며 10일 ‘프리오픈’을 허용한 뒤 개장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안전문제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사전점검 차원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프리오픈(Pre-Open)이란 개장 전 점포별 간판과 유리벽, 선반 등 일부를 설치한 상태에서 외부인들이 드나들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가 허용한 프리오픈은 시설물 개방에 국한한 것으로, 판매 물품을 들여놓거나 판매행위는 금지된다. 이런 까닭에 일반인이 열흘간 볼 수 있는 것은 휘향찬란한 내부 디자인과 견고한 콘크리트에 불과하다. 게다가 입점 업체들이 점포를 개방하지 않아 일반인의 방문이 영업휴일 불청객에 불과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실상 견학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더욱이 국민 불안은 싱크홀(동공), 석촌호수 수위저하 등의 문제로 촉발된 외부에 있어 제2롯데월드 건물 내부를 둘러보는 것 자체에 의미가 없다. 크게 양보해 건물 내부에 문제가 있다한들 관련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잠깐 돌아보고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것은 논리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예컨대 일반인이 내부를 둘러본 후 “기둥이 튼튼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불안감을 호소할 경우, 시가 보일 수 있는 반응은 둘 중 하나다. 불안감의 논리적 이유를 묻거나, 반대로 논리적 이유를 대고 안전함을 주장하거나. 전자는 일단 위에서 밝혔듯 불가능하다. 불안한 느낌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서다. 후자는 지금까지 롯데나 시가 해 왔던 ‘의혹→해명’ 그대로다. 어찌됐든 머지않은 때 승인 결정은 내려질 전망이다. 때문에 굳이 무의미한 시간을 끌어다 놓은 서울시의 저의(底意)가 찜찜하다.

▲ 제2롯데월드.@Everynews

그래서 묻고 싶다. ‘안정성 여부’와 ‘석촌호수 수위저하’ 등 시도 인정한 우려의 실체를 견학(?) 수준의 체험으로 떨쳐낼 수 있다고 보는지. 이런 관점에서 본 서울시의 프리오픈 허용은 어처구니 없게도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한다’는 우리 속담 속으로 국민들을 밀어 넣었다. 부분적 진실을 전체인냥하듯, 국민들이 건물 내부의 견고함만을 눈으로 확인하고, 보이지 않는 것까지 안전할거라고 착각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프리오픈 기간에 제2롯데월드를 방문하는 일반인들도 안전문제의 원인 또는 실체를 발견할거라 기대하진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시도, 국민들도 아는 이 부실한 프리오픈 허용 의도가 사뭇 궁금하다. 국민들은 안전함을 직접 확인해보라는 말로 책임 회피에 급급한 지도자를 원치 않는다. 불안의 실체에 대한 철저한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 마련을 끝낸 지도자가 확신을 갖고 단호한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 세월호 참사 141일째, 사실상 리더 부재(不在)인 대한민국에서 이런 지도자를 기대하는 건 여전히 무리일까.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에브리뉴스 EveryNews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313호
  • 대표전화 : 02-786-6666
  • 팩스 : 02-786-6662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0689
  • 발행인 : 김종원
  • 편집인 : 김종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열
  • 등록일 : 2008-10-20
  • 발행일 : 2011-07-01
  • 에브리뉴스 Every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1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브리뉴스 Every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verynews@ever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