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2롯데월드 조건부 개장…문 ‘열리고’ 마음 ‘닫혔다’
[기자수첩]제2롯데월드 조건부 개장…문 ‘열리고’ 마음 ‘닫혔다’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10.02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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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출구전략 골몰…‘Pre-open→민관군방재훈련→조건부승인’
▲ 제2롯데월드.@연미란 기자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제2롯데월드의 문이 반쪽만 열렸다. 서울시가 정무적 판단에선 문을 활짝 열었지만 우려하는 여론에는 ‘조건부’라는 전제를 달아 부담을 더는 출구전략에 골몰해서다.

조건부 승인 허가가 떨어진 이날, 시청 문밖에선 서울 강동·송파지역 주민들 및 시민사회단체가 “인·허가 과정 자료를 공개하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며 우려를 표명했다.

서울시는 2일 오전 안전문제와 교통혼잡 등의 문제를 놓고 고심하던 끝에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대해선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따라 붙었다.

서울시가 이날 오전 발표한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 허가 내용의 핵심은 ‘조건부’다. 시는 ▲공사장 안전 ▲교통혼잡 문제 ▲석촌호수 수위저하 ▲건축물 자체 안전 등에 대해 지속적인 대책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책 이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명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임시개장(Pre-open)과 민관군합동방재훈련을 비롯, 관계부서 및 유관기관 협의, 23명의 시민자문단 검토 의견 등을 종합해 결론을 내렸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시의 결정은 또다시 의도적인 ‘책임분산’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프리오픈(9월6~16일·추석당일제외)과 민관군 방재훈련(9월23일)을 실시할 당시 시민참여를 강조하면서 두 차례 비난을 산 바 있다. 시민참여에 부여한 의미가 명확지 않다는 이유였다.

시는 프리오픈과 종합방재훈련 실시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각각 “시민, 전문가 등이 체험 및 점검의 기회를 갖도록”, “시민 눈높이 점검 및 체험을 하도록”한다는 명분으로 안전성 점검을 자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프리오픈은 관련 직원들을 따라 시민들이 한두시간 둘러보는 견학 수준에 그쳤으며, 시민참여라고 떠들어대던 방재훈련은 직원 600명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기자도 참여했던 방재훈련에서 ‘진짜’ 시민들은 사이렌이 울린 후 대피하면서 소리소문없이 흩어졌다. 시민참여를 내세웠지만 시민이 할 수 있었던 일은 많지 않았던 셈이다.

게다가 교통혼잡 문제와 석촌호수 수위저하에 대한 답은 여전히 없다. 롯데물산 측이 도로 확장공사와 송파대로 지하버스환승센터 등의 공사를 진행키로 했지만 완공까진 까마득한 데다 최근 거론한 주차장 예약제도 유명무실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Newsis

그러나 서울시는 실제 모의실험(시뮬레이션)과 대책에 대한 보완조치보다 임시개장을 가능케 하는 이유를 찾는 데만 골몰했다.

그렇게 고육지책으로 ‘시민 참여’를 선택했다. ‘불안해하는 시민들이 직접 와서 확인하면 되겠다’는 1차원적인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반면 시민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시가 보여야 할 자신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시가 임시개장 허용에 ‘조건부’를 달면서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에 대해 동의하는 모순적 상황을 만들었다.

정무적 판단에서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면 불안감 해소에 시민을 동원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안전의 이유를 주장했어야 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가 최우선으로 판단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서울시민인 입점업체 직원들과 시민단체 모두 이에 해당된다는 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프리오픈이 홍보 이벤트로 전락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자, “시민들이 불안해하니까 직접 보라는 차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누군가 무언가에 대해 궁금해 한다고 해서 모두 직접 보고 의혹을 떨칠 수 있다면 이 세상에는 그 어떤 직업도 의미가 없다. 보다 더 전문적인 사람이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교사도 의사도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를 대변한 박 시장의 발언은 시의 역할을 방기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서울시의 소극적인 태도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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