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임단협 66% 반대 …부결 ‘징후’ 곳곳에
현대중공업, 임단협 66% 반대 …부결 ‘징후’ 곳곳에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5.01.08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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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현장서 ‘부결 운동’ 펼쳐, 게시판엔 ‘반대’ 인증…사측 “안타깝다”
▲ 지난달 30일 오후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열린 노조의 파업 보고대회 현장에 한 임직원의 조합원 비하 발언과 관련된 군고구마가 놓여 있다.ⓒ뉴시스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현대중공업 ‘2014 임금 인상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결국 부결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7일 실시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 1만6천762명 중 1만5천632명(투표율 93.26%)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1만390명(66.47%)의 반대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찬성에 손을 든 조합원은 5천183명(33.16%)이다.

노조 게시판에는 “생각보다 찬성표가 많아 놀랐다”는 게시글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연말 극적인 합의안 도출로 잠정합의안 가결도 머지않았다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는 얘기다. 7개월간 총 71번의 교섭, 4번의 부분파업으로 노사 모두 지쳐 가결로 귀결될 거란 언론의 예상을 뒤집은 셈이다. 실제 투표 당일, 일부 현장에서는 부결운동까지 펼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조합원은 투표가 끝난 뒤 게시판에 “압도적 부결 결과는 권오갑 (사장)의 오만함이고, 악질적인 노무관리”라며 “집행부의 불만은 결코 아니”라고 일각에서 제기한 노노(勞勞) 갈등으로의 확대를 일축했다. 이날 게시판에는 “반대표를 찍고 왔다”, “다시 힘을 합치자”는 등의 글도 곳곳에서 보였다.

지난해를 불과 반나절 남긴 12월 31일 오후 어렵게 도출한 잠정합의안을 두고 새해 첫날부터 조합원들이 보인 반응도 심상치 않았다.

한 조합원은 지난 1일 노조 게시판에서 “6월이 되면 또 임금협상이 시작 된다. 20년 당한 거 그대로 되돌려줍시다”라고 말하며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합의에 부정적 의견인 조합원들은 노조 대의원 선거로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 강력한 투쟁 준비를 하자며 다독이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다른 조합원들은 “파업할 때 참석 안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밥그릇도 못 챙긴다”며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고 결과만 놓고 비판에 열중하는 조합원들에게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파업 참여율이 저조한 까닭에 사측의 긴장감이 덜했고, 이는 곧 사측 제시안의 요지부동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의견은 반대표를 던진 조합원의 아내라는 글쓴이의 글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남편은 파업을 투쟁정신으로 반차 진급 욕심 다 버리고 열심히 했지만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부결을 외친다”며 “(이 때문에) 부결 소식을 접하고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잠재적인 노노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게다가 지난달 26일 불거진 ‘고구마 비하’ 논란도 부결에 한몫했다. 이균재 전무(사측 교섭위원)는 노조 조합원들을 ‘고구마’에 빗대 “고구마(조합원과)를 삶을 때(교섭할 때) 젓가락(사측이)으로 많이 찌른(자주, 많이 이야기하면) 고구마가(조합원이) 더 달다.(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발언을 해 뭇매를 맞았다.

투표 결과가 부결로 난 뒤 회사 측 관계자는 "회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며 "조합원들이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노사는 지난달 31일 울산 본사에서 열린 71차 교섭에서 ▲기본급 대비 2%인 3만7천원(호봉승급분 2만3천원 포함) 인상 ▲격려금 150%(주식 지급) + 200만원 지급 ▲직무환경수당 1만원 인상 ▲상품권(20만원) 지급 ▲상여금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 ▲특별휴무 실시(내년 2월 23일) 등에 합의했다. 이밖에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 원 출연, 노동조합 휴양소 건립기금 20억 원 출연안 등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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