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지난 2003년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비리’하면 자연히 2.5t 트럭을 떠올리게 되는 초유의 사건이 터졌다. 김영삼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정치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한나라당은 불법자금을 가득 실은 트럭을 차째로 받아간다는 창의적인 발상을 해냈는데, 이것이 ‘차떼기 사건’이다.
당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직전 총재 신분으로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한나라당 회계 담당 실무자 등을 우선 조사한 후 마지막으로 이 전 총재를 소환하려 했으나, 이 전 총재가 먼저 자진해서 출석했다.
이 전 총재는 대검찰청에 자진출석하기 전 당시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은 대선후보였던 제가 시켜서 한 일이며, 전적으로 제 책임으로 제가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며 “제가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대선자금을 전달한 기업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이 사람들에게 그 큰 돈을 준 것은 당연히 대선후보였던 저를 보고 준 것”이라며 “대선후보이자 최종책임자인 제가 처벌받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근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은 해결되지 않았으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 당시 관계자들도 줄줄이 이 대표를 등지고 있다.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도 줄줄이 구속됐다.
이에 따라 당에서도 결자해지(結者解之)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훈·이상민·조응천 의원 등 다선의원들이 주도적이다. 최근에는 ‘친명계 좌장’이라고 알려진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당과 국회의원은 민생에 집중하고 사법리스크는 이 대표 본인이 지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의원들의 요구에 확답하지 않고 있다. 앞서 그는 부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 판단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법리스크는 대선 정국에서부터 예고된 논쟁거리로, 지방선거와 전당대회를 치르고 새해가 됐는데도 해소되지 않고 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28일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국민의힘을 쫓아가지 못하고, 그 원인이 사법리스크라면 이 대표에게 탈당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2023년의 이재명 대표는 2003년의 이회창 총재를 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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