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정치권에 후폭풍을 몰고 왔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취지 발언의 진위를 밝혀줄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NLL 논란 종식은 차치하더라도 ‘외교 극비문서’가 중간에 증발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질 공산이 커서다.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청와대나 여야 가릴 것 없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증발 논란은 국가의 외교문서 등 기록물 관리 논란은 물론 대외외교에도 치명타를 안겨줄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증발 논란에 與野 “그럴 리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자료 열람위원단(여야 의원 10명)은 전날(17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예비열람을 위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국가기록원을 방문했지만, 관련 자료를 찾는 데 실패했다.

이들이 예비열람하려 했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참여정부가 정권 말기 때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것으로, 애초 참여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화록 2부를 만들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국정원)이 나눠 보관했다.

이후 참여정부는 노 전 대통령 퇴임에 맞춰 관련 기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했다. 그런데 이 자료가 국가기록원에 없다고 여야 열람위원단이 밝힌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유실됐거나 임의폐기 됐을 가능성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여야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두고 ‘유실이냐 임의폐기냐’의 공방전은 물론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책임론을 둘러싸고 정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기록원 측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존재 여부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여야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8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증발 사건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만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민주당 측은 “참여정부에서 기록물을 삭제할 가능성이 전무하다”라고 잘라 말한 뒤 이명박 정부를 정조준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등) 기록물이 없는 것이 확인된다면 민간인 사찰 은폐, 국정원 댓글 폐기 경험에 비춰 삭제·은폐 전과가 있는 이명박 정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에서 대통령기록물을 담당하고 후임정권에 위임하고 대통령기록물 관리소에 넘겨줬던 책임자들이 기록물을 넘겼다고 증언하고 있다”면서 “2007년 4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만들어 대통령기록물 지위를 최초로 고시한 사람이 바로 노 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앞서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던 문재인 의원도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문 의원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찾고 있는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통령기록물 관리 시스템이 참여정부 청와대의 e지원 시스템과 다른 만큼 키워드 검색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편 청와대 측은 여야 열람위원단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찾지 못한 것과 관련해 일부 언론과 통화에서 “처음 듣는 얘기다.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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