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문재인, 강경한 김한길…도대체 왜?
침묵 깬 문재인, 강경한 김한길…도대체 왜?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8.0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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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지난해 12월 16일 경찰 축소수사 발표 없었다면, 과연 대선 결과는…

▲ 문재인 민주당 의원@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진퇴양난(進退兩難).’ 공세를 쥘 수 있는 국정원(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태와 NLL(서해 북방한계선) 정국에서도 좀처럼 갈피를 못 잡는 민주당의 현주소다.

강경파인 친노(親盧)그룹은 장외투쟁, 온건파인 비노(非盧)그룹은 원내외 병행투쟁에 각각 힘을 쏟으면서 민주당이 ‘전면적인 장외투쟁’을 선언하기도 그렇다고 ‘빈손 회군’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

민주당은 애초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힘든 장외투쟁과 원내투쟁의 병행을 선택, 당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엇박자를 어느 정도 감수한 채 원내외 투쟁을 개문발차했다.

야권성향 지지자들이 원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국정원 개혁, 국정원 국정조사의 ‘김·세(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권영세 주중대사)’ 증인채택 중 어느 것 하나 손에 쥐지 못했다.

외부에선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시민사회 시국회의)’ 측의 장외투쟁 압박, 내부에선 새누리당의 힘 빼기에 시달리면서 민주당은 그야말로 궁지에 몰린 꼴이 됐다.

딜레마다. 당내 매파(친노)와 비둘기파(비노)를 가르는 이 기준이 민주당의 딜레마로 작용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란 초유의 국면에서 민주당이 늪으로 빠져들고 국정원 국면에서 갈지자(之) 행보를 되풀이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엇박자 기류의 변화가 감지됐다.

장면 하나) 민주당의 장외투쟁 이후 정치적 잠행에 들어간 문재인 의원이 지난 6일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NLL 논란의 본질은 안보를 대선공작과 정치공작의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라며 “그래서 국기문란이라는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풀어야 할 것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함께 바로 그 문제”라고 꼬집었다.

앞서 박 대통령이 같은 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태와 관련, “사초 증발은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발언에 대한 반박이다.

장면 둘) 하루 뒤인 7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청와대가 제안한 ‘5자 회담’과 관련해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영수회담을 역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휴가 복귀 첫날인 지난 5일 김기춘 비서실장 카드에 이어 6일 여야에 5자회담을 역제안하자 공을 다시 청와대로 떠넘긴 것이다.

민주, ‘김기춘 카드’에 위기감 고조…‘지난해 12월 16일 여론조사’에 격앙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위해 NLL 정국을 주도한 문 의원은 “NLL 논란의 본질은 대선공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장외투쟁에 나선 김 대표는 순순히 원내로 회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천명했다.

새누리당이 8일 3자회담을 고리로 대야 압박에 나서자 민주당은 즉각 “청와대가 제안한다면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3자회담 제안의 주체는 ‘청와대’로 못 박았고, 또한 회담 수용이 아닌 ‘고려’라고 명시했다. 다만 5자회담을 원한 청와대가 3자회담을 다시 제안하기는 쉽지 않아 사실상 ‘대화 거부’ 의사로 보인다.

눈여겨볼 대목은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 내부에 최근 ‘강경한’ 기류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이 친노와 비노의 ‘엇박자’로 내부동력을 상실한 채 장외투쟁에 나선 만큼 ‘회군’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았다.

 

▲ 김한길 민주당 대표(맨 앞쪽 뒷모습)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 첫번째)@Newsis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앞서 김 대표가 민주당 장외투쟁 첫날 “형식에 상관없이 영수회담을 하자”고 말하면서 청와대의 5자회담 제안 거부의 명분을 잃었음에도 불구, 순순히 원내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는 시그널을 보냈고, 정청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김·세’ 증인채택 무산과 관련해 “국민촛불로 이들을 증언대에 세워달라”고 전했다.

친노와 비노의 엇박자로 휘청하던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김기춘 카드(지난 5일)→사초 증발 질타와 5자 회담 제안(지난 6일)’ 등 잇따라 던진 승부수에 상당히 격앙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신헌법 초안 작성자이자 지난 14대 대선 당시 불법선거운동에 개입한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을 신임 비서실장에 임명하자 민주당 내부에선 “유신의 부활”, “공안통치” 등의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박영선 의원은 이와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소름 끼친다”는 표현을 쓰며 박근혜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승부수로 파생된 ‘외부위기’가 갈피를 못 잡는 민주당의 ‘내부결속’으로 이어진 셈이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에브리뉴스>와 통화에서 “국정원 국정조사는 (대선 개입 의혹을 밝혀내는) 시작이 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 사과 ▲남재준 국정원장 사퇴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회특위 구성 등을 위한 장기간 행군에 나설 뜻을 밝혔다.

또한 민주당 내부에선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지난달 23일 <폴리뉴스> 좌담회와 29일 <국민TV> 라디오 초대석에 출연해 지난해 12월 16일 문 후보가 박 후보의 지지율을 앞서는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 지점)가 나타났지만,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 수사발표로 박 후보가 재역전했다고 밝히자 ‘격앙’된 반응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12월 15일(토) 조사에선 ‘박근혜 47.3% > 문재인 47.0%’이었고 다음날인 16일(일)에는 ‘문재인 47.5% > 박근혜 47.0%’로 역전됐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의 긴급 기자회견(16일 밤 11시) 다음날인 17일에는 ‘박근혜 48.7% > 문재인 46.9%’로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당시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하는 ‘깜깜이 기간’이었다.

<리얼미터> 의 당시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1천500명을 무작위로 추출, 유선전화 및 휴대전화 임의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였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지지’를 선언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17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주말 사이에 골든크로스를 지나기 시작했을 것”이라며 “나는 과거의 경험에 입각해서 보는 체크포인트가 있는데, 쭉 짚어보면 ‘이제 주말을 계기로 교차점을 지나겠구나’는 판단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의 김기춘 카드와 5자 회담 제안 등 잇따른 승부수로 위기감이 고조된 민주당이 내부결속에 나선 가운데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와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나오면서 “끝까지 가보자”라는 기류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대통령과 제1야당의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엄중한 정국을 풀자고 했더니 대통령이 사흘을 침묵하다가 5자회담을 하자고 한다. 현 정국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 해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대통령이라면 이럴 수는 없다. 오는 10일 저녁에 민주당의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운동본부가 주최하는 범국민보고대회가 열린다. 더 많은 국민들께서 우리와 함께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이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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