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르지 않은 국민적 합의, ‘동성혼’ 합법화
[기자수첩] 이르지 않은 국민적 합의, ‘동성혼’ 합법화
  • 김찬희 기자
  • 승인 2019.11.13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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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김찬희 기자]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부부가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 초청 행사에 참석했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인 부부 동반 모임에 동성 남편을 공식 초청한 일은 이례적이며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해석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7대 종단 지도자 청와대 초청 오찬에서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인 김성복 목사가 성 소수자 인권법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박해나 차별을 받아선 안 되지만 동성 간 결혼은 국민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이슈는 더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미 성적 다양성 인정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 동성혼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네덜란드가 2001년에 동성혼을 법제화 함에 이어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덴마크 등 여러 나라들이 뒤를 이었으며, 마침내 대만이 아시아 대륙 최초로 동성혼을 합법화 하게 되었다.

2017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 사진=김찬희 기자
2017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 사진=김찬희 기자

우리나라는 어떨까? 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범죄는 아니지만 법제화된 것도 아니라 불가능하다.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는 있지만 2017년 12월 MBC와 국회의장실이 공동 의뢰해 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찬성 41% 반대 52%로 아직은 반대 여론이 조금 더 크다.

2013년에는 김조광수-김승한 커플에 대한 혼인신고 불수리 통지를 받고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불복신청을 하였으나 16년에 항고를 기각하였고, 2018년에 대통령이 내놓은 헌법 개정한에는 헌법 제36조의 혼인 관련 조항을 수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동성결혼 합법화의 길은 아직도 멀고 험난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에는 이런 항목이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하지만 동성애자는 이성애자와 동등한 결혼에서 생기는 행복을 추구하지 못하고, 그것이 법으로써 인정되지 않고 있다. 성적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혼인신고를 하고 서로 법적인 동반자로서 동등한 책임과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동성애자들은 결혼이라는 제도적 혜택을 누릴 수 없어 파트너의 사망시 유언장을 사전에 작성하지 않을 경우 모든 재산이 친족에게 가기도 하며, 의료 부분에서 파트너는 이성애자 부부처럼 대리인이 되지 못해 상대의 수술과 안락사, 장기기증 같은 문제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중환자실에 있는데 어떠한 도움도, 법적인 도움도 주지 못한다. 참으로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2017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 여러 성소수자 단체들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김찬희 기자
2017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 여러 성소수자 단체들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김찬희 기자

사실 한국에서는 동성혼에 대한 찬반여부를 가리는 일보다 성소수자에 대한 범국민적인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매년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퀴어 축제에서는 이들을 반대하는 인파들이 축제가 열리는 광장을 둘러싸며 저주하는 말을 퍼붓기도 하며 당장 인터넷만 들어가더라도 말도 안되는 주장들을 펼치며 이유 없이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글이 넘쳐난다.

하지만 현재 2019년, 우리나라가 소위 ‘선진국’이라고 여기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동성혼을 합법화 하고 있고 내년쯤에는 쿠바와 코스타리카 그리고 북아일랜드가 새로운 동성혼 합법지역에 속하게 될 예정이다. 동성혼 합법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이자 모든 국민이 차별없이 결혼을 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가 될 것이며, 이는 아주 가까운 미래에 진지하게 논의될 것이다. 아직은 이른 국민적 합의, 그 이른 '아직'이 언제까지 '아직'이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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