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정의당이 기분 나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노회찬의 정의당이 더 그립다. 국감장에서 신문지 깔고 누워서 수형자의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참신함이 내가 좋아하던 정의당의 모습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씨를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임명한 직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이를 비판하며 남긴 마지막 코멘트이다.
이 대표의 게시글의 취지는 본인이 ‘남녀 갈라치기’를 했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민주당이 여성 인물을 내세워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 대표는 “진보정당이 노동과 사회이슈의 넓은 전장을 버리고 소수자 정치로 간판을 바꿔달았을 때 결국 급한 마음에 들이킨 바닷물은 그들의 체내 염분 농도 밸런스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냥 몸이 망가져도 신나게 소금물 마시지 않으면 목이 말라서 못버티는 무한루프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그가 그립다고 한 노회찬의 정의당과 지금의 정의당은 다르다는 것이다.
정의당을 향한 세간의 평가는 이 대표의 주장과 비슷하다. 노동자의 권익을 위하던 정의당이 이를 버리고 성소수자나 여성 등 특정 주제, 특히 젠더 분야를 당론으로 삼으면서 색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정의당의 발자취는 어땠을까. 정의당 소속의 현역 국회의원은 강은미·류호정·배진교·심상정·이은주·장혜영의 6인이다. 이들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총 222개인데, 이중 여성이나 성소수자와 직접 연관된 법안은 10개 내외다. 이중에는 지방공기업 내 성별 임금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는 지방공기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은주 의원 대표발의), 출산전후휴가 등 육아휴직 급여 지급을 다루는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강은미 의원 대표발의) 등도 포함돼 있으니 이 대표가 말한 노동, 사회이슈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른 법안은 어떤 내용일까.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표의 법안 대부분은 장애인권리보장법안, 소상공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환경정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장애인과 소상공인, 환경이 중심에 있다. 배진교 의원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가상자산규제 및 이용자 보호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경제분야에서 다양한 법안을 발의했다. 강은미 의원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노동권 관련 법안을 내고 있다. 이들 법안 대부분이 소수자라는 수식어와는 맞지 않는 실정이다.
현근택 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 대표의 비판에 대해 “특정인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냐, 안 하냐 이런 걸 상대 당 입장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 누구를 비대위로 해라, 말아라’ 이걸 상대 당 당대표가 하는 게 적절하냐”고도 했다.
현 전 대변인의 말처럼 이 대표는 이제 여당의 당 대표다. 그런 그가 자당도 아닌 타당에서 공동위원장에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를 임명했다고, ‘소수자 정치’라고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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