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의당과 이준석, 누가 '소수자 정치' 했나
[기자수첩] 정의당과 이준석, 누가 '소수자 정치' 했나
  • 안정훈 기자
  • 승인 2022.03.14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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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정의당이 기분 나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노회찬의 정의당이 더 그립다. 국감장에서 신문지 깔고 누워서 수형자의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참신함이 내가 좋아하던 정의당의 모습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씨를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임명한 직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이를 비판하며 남긴 마지막 코멘트이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정의당 심상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오른쪽)가 류호정(왼쪽), 장혜영(가운데)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정의당 심상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오른쪽)가 류호정(왼쪽), 장혜영(가운데)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이 대표의 게시글의 취지는 본인이 ‘남녀 갈라치기’를 했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민주당이 여성 인물을 내세워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 대표는 “진보정당이 노동과 사회이슈의 넓은 전장을 버리고 소수자 정치로 간판을 바꿔달았을 때 결국 급한 마음에 들이킨 바닷물은 그들의 체내 염분 농도 밸런스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냥 몸이 망가져도 신나게 소금물 마시지 않으면 목이 말라서 못버티는 무한루프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그가 그립다고 한 노회찬의 정의당과 지금의 정의당은 다르다는 것이다.

정의당을 향한 세간의 평가는 이 대표의 주장과 비슷하다. 노동자의 권익을 위하던 정의당이 이를 버리고 성소수자나 여성 등 특정 주제, 특히 젠더 분야를 당론으로 삼으면서 색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정의당의 발자취는 어땠을까. 정의당 소속의 현역 국회의원은 강은미·류호정·배진교·심상정·이은주·장혜영의 6인이다. 이들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총 222개인데, 이중 여성이나 성소수자와 직접 연관된 법안은 10개 내외다. 이중에는 지방공기업 내 성별 임금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는 지방공기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은주 의원 대표발의), 출산전후휴가 등 육아휴직 급여 지급을 다루는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강은미 의원 대표발의) 등도 포함돼 있으니 이 대표가 말한 노동, 사회이슈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른 법안은 어떤 내용일까.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표의 법안 대부분은 장애인권리보장법안, 소상공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환경정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장애인과 소상공인, 환경이 중심에 있다. 배진교 의원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가상자산규제 및 이용자 보호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경제분야에서 다양한 법안을 발의했다. 강은미 의원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노동권 관련 법안을 내고 있다. 이들 법안 대부분이 소수자라는 수식어와는 맞지 않는 실정이다.

현근택 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 대표의 비판에 대해 “특정인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냐, 안 하냐 이런 걸 상대 당 입장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 누구를 비대위로 해라, 말아라’ 이걸 상대 당 당대표가 하는 게 적절하냐”고도 했다.

현 전 대변인의 말처럼 이 대표는 이제 여당의 당 대표다. 그런 그가 자당도 아닌 타당에서 공동위원장에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를 임명했다고, ‘소수자 정치’라고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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