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국정원(국가정보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범국민 촛불집회를 외면한 방송3사(MBC·KBS·SBS)가 경찰의 국정원 댓글 축소·은폐 정황이 담긴 CCTV 화면이 추가로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보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지난 28일 국정원 국정조사를 ‘여름휴가’ 이후 재개키로 하는 등 ‘야합’ 논란이 일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경찰이 국정원 댓글 수사를 축소한 것으로 추정되는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CCTV 영상은 18대 대선 3일 전인 지난해 12월 16일 새벽 3시경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 녹화영상 4실’에서 분석관들이 국정원 여직원 포함 사이버심리전담팀의 댓글을 놓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담고 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디지털증거분석실 한 분석관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총 몇 건이에요”라고 묻자 다른 분석관이 “1685”라고 답했다. 또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 키워드로 나온 댓글은 “2214”개이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각각 “414개”, “121개”라고 말했다.
당시 분석관들이 ‘박근혜’ ‘문재인’ ‘새누리당’ ‘민주당’ 등 4개의 키워드로 검색해 총 4천건이 넘는 댓글을 발견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당일 대선후보 TV토론 직후 김용판 서울경창청장이 발표한 “댓글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수사결과가 축소·은폐됐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는 결정적 증거자료인 셈이다.
방송3사, 경찰 축소․은폐 정황 담긴 CCTV 관련 보도 ‘0건’
또한 CCTV 영상에서 한 분석관이 국정원 여직원의 아이디로 추정되는 ‘숲속의 참치’를 언급하면서 “중간에 있으면 댓글이잖아”라고 묻자 다른 분석관이 “댓글이에요, 그거”라고 말했다.
영상 말미엔 한 분석관의 “(댓글을) 지운 거네. 확인이 안 되네 결국”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국정원 차원에서 당시 대선 개입 증거를 은폐했다는 야권 일각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이 의원은 CCTV 영상에서 나온 정황증거와 관련해 “180도로 거꾸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뀐 경찰 수사결과 발표를 입증하는 동영상”이라며 “(CCTV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경찰이 (지난해 12월 16일) 댓글이 없다고 발표했는데, (관련 댓글이) 있었다는 것을 명백해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국가정보기관의 선거 개입과 ‘국정원-이명박 정부-박근혜 캠프’로 이어지는 삼각 커넥션 의혹의 비밀을 풀 결정적 단서가 폭로됐음에도 불구, 방송3사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檢, CJ 금품수수 의혹 전군표 전 국세청장 출국금지’와 ‘檢, 전두환 차남 재용씨 설립 업체 웨어밸리 압수수색’, ‘남성연대 성재기 한강 예고투신 사흘만에 시신 발견’ 등을 1∼3번째 뉴스에 배치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CCTV 영상은 물론 국정원 국조 관련 보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정치 뉴스는 ‘정부, 개성공단 정상화 마지막 회담 제의…北 묵묵부답’ 이외엔 찾아보기 힘들었다.
KBS <9시뉴스>는 ‘개성공단 마지막 회담’ 통지…北 묵묵부답’과 ‘포항 36.6도 폭염…내일 중부 최고 80mm 비’ 등을 톱뉴스로 내보낸 뒤 9번째에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 관련 뉴스를 보도했다. KBS 역시 국정원 국조 관련 뉴스는 단 하나도 없었다.
SBS <8시뉴스>는 ‘포항 36.6도 전국 후끈…영남 불쾌지수 85’와 ‘전재용 설립회사 압수수색…비자금 유입 포착’, ‘정부, 마지막 회담 갖자 통보…북한 묵묵부답’ 등을 메인뉴스에 배치했다.
이어 19번째 뉴스로 ‘대통령들의 휴가, 철통보안 VS 일반공개’라는 제목으로 박 대통령의 휴가 관련 뉴스를 전했고, 26번째엔 ‘서울시, 10∼11월 양육수당 지금 중단 검토’를 내보냈다. MBC, KBS와 마찬가지로 국정원 국조 관련 뉴스는 없었다.
방송3사의 국정원 국조 ‘모르쇠’ 논란은 전날만이 아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같은 날 발표한 ‘국정원 국정조사 재개 이후 방송3사 메인뉴스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3사는 지난 24∼28일 국정원 국조 관련 뉴스를 후반에 배치하거나 공방전으로 처리했다.
이 기간 방송3사는 ‘전두환’ ‘NLL(서해 북방한계선)’ ‘정전 60주년’ ‘개성공단’ 등의 이슈를 메인뉴스에 보도한 반면 국조 관련 기사는 통상 10번째, 심지어 20번째 뒤에 배치했다고 민언련 측이 전했다.
민언련 측은 “방송3사는 하나같이 제목부터 ‘난타전’ ‘공방’ ‘폭로전’ ‘격돌’ 등 정쟁을 부각하면서 공방 위주로 편집해 보도했다”면서 “이는 애초 보도 목적이 정치권의 싸움, 정쟁을 부각시켜 국조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냉소주의를 부추기고자 했음을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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