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2롯데월드 ‘승인취소’ 남발에 약 떨어졌다
[기자수첩]제2롯데월드 ‘승인취소’ 남발에 약 떨어졌다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5.01.08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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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 시장.ⓒ뉴시스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서울시가 또다시 ‘임시사용승인 취소’ 카드를 빼 들었습니다. 제2롯데월드 지하주차장 균열에 대한 긴급 현장점검을 실시한 서울시가 5일 경고성 ‘승인 취소’를 언급한 겁니다. 7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라디오에 출연해 “목구멍이 포도청이지만 안전은 지켜야 되니까 사용승인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임시사용 승인을 해줘 저층부가 영업을 하고 있는데, 이걸 취소할 수도 있다”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제2롯데월드를 향한 서울시의 경고성 ‘승인 취소’는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석촌 호수 수위 저하문제와 싱크홀 등의 지반 침하로 안전에 대한 불안이 확산될 때 서울시는 끊임없이 “승인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도 서울시는 “임시사용승인 취소 등 종전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확고하게 말했습니다.

지난해 10월 14일 프리오픈(사전 개장)을 시작으로 임시사용 중인 제2롯데월드에서는 그간 굵직한 사건사고가 13건(서울시 집계)이나 발생했습니다. 그때마다 롯데에선 “내부 조사 중→안전엔 문제없다”고, 서울시는 “롯데에 조사 요청→임시사용승인 취소 경고”등 반복된 입장을 내놨습니다.

사건 사고가 숱하게 발생하다보니 롯데와 서울시의 입장에도 노련한 패턴의 생긴 것 같은 느낌. 단순한 오해일까요. 지난달 18일 라디오에 출연한 박 시장은, 제2롯데월드의 잇단 사고로 불안하다는 송파구 주민의 말에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위험이 증가할 경우 서울시가 임시사용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이 발언은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박 시장의 확고한 발언과 달리 서울시는 공식적으로는 강하게, 비공식적으로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앞서 비계 해체 작업 중이던 근로자의 사망사건 발생 직후 서울시는 “승인 취소까지 하려면 건물과 시민 안전 자체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야 한다. 이후 손실까지 감당할 만큼 결정적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승인 취소는 신중해야 한다”고 사실상 승인취소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겁니다.

이런 까닭에 박 시장이 꺼낸 ‘임시사용 취소’ 발언을 두고 무의미한 허세 발언이라고 깎아 내리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박 시장의 근거 없는 ‘불안달래기’보다, 서울시의 변명 있는 ‘뒷짐’이 솔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서울시와 박 시장은 왜 번갈아가며 일관성 없는 약속을 남발하는 걸까요. 일각에선 롯데를 향한 압박용으로, 또 다른 쪽에선 여론몰이용이 아니냐는 각자의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박 시장과 서울시가 ‘롯데 압박’과 ‘여론 몰이’에만 골몰하다 정작 중요한 ‘안전’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한병용 서울시 건축기획과장은 안전 점검 강화에 대해 "서울시에 건물이 65만 개 중 64만 개가 민간인 소유다. 제2롯데월드에 대해 서울시가 특별 점검한다면 나머지 민간 건물들도 다 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제2롯데도 그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는 건물주의 영역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애초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 것도 문을 열게 허락한 것도 서울시입니다. 서울에 있는 64만 개 민간건물이 지어지고 문을 열 때 모두 서울시의 요란한 개입을 거치지 않습니다. 제2롯데월드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전 세계계의 이목이 집중된 손꼽히는 높이이자 잠정적 랜드마크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건물이 코앞에서 매일 갈라지고, 물이 새고, 사람이 죽고 있는데도 ‘64만 건물 중 하나일 뿐’이라니. 너무 무책임한 발언 아닌가요. 만약 제2롯데월드가 애초 계획대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랜드마크’로 이름을 떨쳤다고 해도 서울시가 이런 포지션을 취했을까요. 그 때도 이 같은 사고에 ‘건물주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대응했다면 이는 땅콩회항 사건에 버금가는 국제적 망신거리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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