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양극화 '13가지 유형과 특징'
한국 정치의 양극화 '13가지 유형과 특징'
  • 김종원 기자
  • 승인 2023.07.03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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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김종원 기자] 국회미래연구원 박상훈 연구위원(거버넌스그룹)은 3일 6인의 국회의원실(이명수·최형두·김종민·김영배·이은주·조정훈)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행정연구원, 한국정당학회, 국회미래연구원이 기획한 ‘한국정치 양극화 13가지 유형의 특징’을 23-09호에 발표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한국의 정치 양극화가 유럽의 포퓰리즘 정치나 미국의 양극화 정치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규명할 수 있는 유형적 특징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정치 양극화가 가진 특징 13가지는 다음과 같다.

2020.12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 입법 강행에 맞서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 집결해 여야 강대강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사진제휴=뉴스1
2020.12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 입법 강행에 맞서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 집결해 여야 강대강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사진제휴=뉴스1

1. 극단적 당파성에 따른 무책임한 정당정치
△ 거대 양당을 주축으로 적대적 갈등을 동원하는 극단적 당파성 정치.
△ 제3정당이 중심이 된 유럽의 다당제 포퓰리즘 정치와는 다른 특성.
△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반응하지 못하는 반(反) 다원적 양당정치.

2. 정당 내 파벌 양극화
△ 보통의 양극화라면 두 정당 내부적으로는 응집성이 커지고 당내 파벌 정치가 약화되는게 정상이겠지만, 한국에서의 정치 양극화는 정당들 사이에서보다 같은 정당 내부에서 더 심각함.
△ 당내 파벌은 최고 권력자 개인과의 거리감을 두고 전개되고, 이는 ‘친이와 친박’, ‘친문과 비문’, ‘친윤과 비윤’, ‘친명과 비명’ 같은 형태로 나타남.

3. 정책이나 이념적 차이보다 권력 이슈로 갈등하는 정치
△ 이민과 감세 정책이 중심이 된 미국의 정치 양극화,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유럽의 좌파포퓰리즘, 난민 정책에 반대하는 우파 포퓰리즘 등의 예에서 보듯, 보통의 정치 갈등이라면 이념이나 정책적 차이에서 비롯되고 또 그런 차이가 확대되는 것이 정상일 것임.
△ 한국의 양극화 정치는 이념이나 정책적 차이보다 ‘좌파 척결’, ‘적폐 청산’, ‘검찰 개혁’ 같이, 비실체적이고 상징적인 권력 투쟁 이슈에 이끌리는 특징을 가짐. 기껏해야 일반 시민과는 무관한 '여야 그들만의 권력 싸움'이 한국의 정치 양극화.

4. 공존과 협력을 어렵게 하는 혐오의 정치
△ 입법자로서 의원들은 법을 위반하는 것보다 선례나 규범을 위반하는 것을 더 부끄러워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이후 만들어진 국회 규범이 무시되고 동료 의원에 대한 정중함의 예의도 실종된 문제가 있음.
△ 야유와 경멸의 언어를 동반한 사나운 태도나 상대에게 무례해도 좋다는 듯이 행동하는 의원들이 늘어남에 따라 서로의 관점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는 의회정치의 기반이 좁아짐.

5. 법안 폭증과 과도한 입법 경쟁
△ 정치 양극화의 심화와 법안 폭증이 병행하는 현상은 여야 격전이 벌어졌던 18대 국회에서 시작되었는데, 17대 국회 4년 동안 전체 법안 발의 건수는 6,387건인 것을 18대 국회는 8개월여 만에 그 절반이 넘는 3,312건을 쏟아냈음.
△ 이때부터 ‘법안 폭증’과 ‘정치 양극화’가 병존하는 한국적 의회정치의 새로운 패턴이 자리를 잡았고, 그 결과 20대 국회를 기준으로 볼 때 같은 기간 법안의 발의는 미국의 2배, 프랑스의 23배, 영국의 91배, 독일의 67배, 일본의 62배이며, 의원 1인당 통과/반영시킨 법안 건수는 한국이 미국의 21배, 프랑스의 49배, 영국의 172배, 독일의 37배, 일본의 49배가 되었음.

6. 대통령 의제가 갖는 과도한 지배력
△ 국회를 교착상황으로 이끄는 쟁점은 대부분 대통령과 관련된 의제이고, 이런 쟁점의 특징은 정권이 바뀌면 갑자기 사라지거나 입장이 쉽게 바뀌고 만다는 특징이 있음.
△ 대표적으로 2016년의 테러방지법 사례를 들 수 있음. 당시 야당은 이 법 제정에 반대하며 38명이 총 192시간 27분의 필리버스터에 나섰음. 이것이 진짜 의제였다면 집권당이 바뀐 20대 국회에서 개정하거나 최소한 개정안이라도 내는 의원이 있어야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음.
△ 이른바 대통령 관련 의제를 두고는 사활적으로 싸우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것 역시 한국의 정치 양극화가 가진 역설적 특징이 아닐 수 없음.

7. 대표되지 않는 사회 갈등
△ 경제성장을 두고는 여야 사이에 정책적 차이가 크지 않음. 2018년의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이나 2019년의 탄력적 근무제 사안 등에서 있어서도 여야 사이에서 큰 갈등은 없었음.
△ 사회경제적으로 중대한 갈등 사안은 여야 사이보다, 국회와 국회 밖 사회운동 사이에서 전개될 때가 많음.
△ 국회에서 여야가 우리 사회 중대 갈등 사안을 대변하고 조정하고 해결하는 능동적 ‘갈등 통합자’의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함에 따라 정치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국회 신뢰를 나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함.

8. 정당의 낮은 자율성
△ 정당의 정책과 이념이 문제로 작용하는 보통의 정치 양극화라면, 정치에서 정당의 역할이 커지고 정당 정부(party government)의 경향이 강화되는 게 정상일 것이나, 실제 상황은 정반대임. 행정부의 정책 집행에 대한 집권당의 지휘 권한은 늘지 않았으며, 입법과 정책에 대한 정당의 독자적 영향력은 점차 낮아져 왔음.
△ 대통령에 대한 집권당의 낮은 자율성은 야당으로 하여금 집권당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싸우게 만들고, 그 때문에 집권당이 더욱 야당과 대립하게 되는 악순환 역시 한국의 정치 양극화가 갖은 특징임.

9. 열정적 지지자와 반대자가 지배하는 정치
△ 한국의 정치 양극화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선호 강도’나 ‘적대 강도’가 높은 여야의 열정적 소수(passionate minorities)에 의해 주도됨. 이들은 당 안팎에서 온라인 당원이나 강성 지지자로 역할을 하면서 생각이 다른 의원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기능을 함.
△ 이들 목소리 큰 열성적 지지자 집단이 정치를 지배하면서, 여야 정당들 사이에서 정책적 협력의 공간이 지극히 협소해지는 것 또한 한국의 정치 양극화가 가진 중요한 특징임.

10. 소수 지배의 강화
△ 정치적 양극화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평등한 참여’와 ‘다수 지배’의 원리를 위협하고 결과적으로 ‘소수의 지배’를 강화하는 데 있음. 특정 입장을 가진 소수 열정 집단의 과도한 영향력은 당내 경선, 즉 공직 후보자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주로 나타남.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당내 경선을 결정짓는 표의 크기가 본선에 필요한 표의 크기보다 현저하게 적기 때문임.
△ 다양한 요구가 평등하게 투입해서 다수의 합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들 사이의 합의(consensus of views)는 물론 지지의 강도가 다른 집단들 사이의 합의(consensus of intensity)도 필요한데, 정치 양극화는 관점의 다원화보다 일방적 강도에 의존하는 정치를 낳음.

11. 여론 동원 정치의 심화
△ 정당은 물론 언론의 게이트키핑 역할이 약화되고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기사 작성과 편집이 영향받는) 게이트 오프닝 현상이 지배함에 따라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여론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도 중요한 특징임.
△ 이는 한편으로 정당들이 정책적 일관성과 책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여론에 따라 유동하게 만드는 부정적 양상을 낳고, 다른 한편 여론 지지를 높일 수만 있다면 어떤 정책도 불사하는 무책임한 정당정치로 이어짐.

12. 양극화된 양당제의 출현
△ 정당정치 이론에는 ‘양극화된 다당제’는 있었으나 ‘양극화된 양당제’는 없음. 양당제에서 양극화는 정당들의 합리적 선택일 수 없다는 ‘다운지언 모델과, 양당제에서 양극화는 곧 내전이 된다는 조반니 사르토리의 주장을 정치학자들이 공유하기 때문임. 그만큼 양당제에서의 정치 양극화가 미치는 충격은 전 사회적일 수밖에 없음.
△ 양당제에서의 정치 양극화가 가져온 가장 큰 폐해는 정치에서는 물론 일상의 시민생활에서도 다른 생각과 이견을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음. 민주주의는 “시민에게는 자유를, 통치자에게는 책임을” 부과하는 정치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양당제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합리적 토론과 논쟁이 사라지고, 상호 이견 때문에 고통받는 일이 커지고 있음.
△ 양당제에서의 양극화는 시민의 평화로운 내면과 자율적 삶의 가치가 발양되는 데 가장 큰 장애가 아닐 수 없음.

13. 추종과 혐오의 팬덤 정치
△ 양당제에서의 정치 양극화 심화는 특정 정치가에 대한 맹목적 지지와 이를 반대하는 같은 당의원들에 대한 일방적 혐오를 한 짝으로 하는 팬덤 정치로 이어졌음. 팬덤 정치는 당내 다원주의를 억압하고 비합리적 공격과 욕설의 정치를 가져옴. 최근에는 대의원제 폐지를 포함해, 팬덤 당원 중심의 정당 당헌, 당규 개정을 요구하며 민주적 정당정치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음.

본 연구에서 ‘한국의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통 받는 독단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달라서 더 풍부해지고 더 깊은 사회적 통합을 가능케 하는 다원적 민주주의를 위해, 정치 양극화와 팬덤 정치에 대한 진지한 개선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결론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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