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촛불민심, “朴대통령, 해변의 여인 코스프레 할 때냐”
성난 촛불민심, “朴대통령, 해변의 여인 코스프레 할 때냐”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8.04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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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청계광장 울려퍼진 목소리“새누리당이 유린한 민주주의를 찾습니다”

▲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보고대회@에브리뉴스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투쟁은 놀이다. 누가 이기나 끝까지 해보자.”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 성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쪽에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유린한 민주주의를 되찾아야 한다는 ‘절규’가, 다른 한 쪽에선 국정원 댓글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이하 국정원 국조)를 파탄 낸 정부여당을 향한 ‘강한 규탄’이, 또 누군가는 촛불집회를 외면하고 있는 언론의 실상에 ‘분노’했다.

‘국정원(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의 제5차 범국민촛불집회와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가 각각 열린 이날 오후부터 밤까지의 서울 청계광장 촛불집회 풍경이다.

이날 오후 5시 30분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 축제의 테이프를 끊은 민주당 보고대회 이전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청계광장 촛불집회에 앞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측이 서울 각 지하철에서 국정원 규탄 서명운동과 모금 활동을 벌이며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MB(이명박) 정부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반대집회’를 연상케 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 5호선 왕십리역. 한대련 학생들이 보라색 옷을 맞춰 입고 지하철에 올랐다. “국정원 대선 개입은 대한민국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벌인 범죄행위”라며 시민들에게 국정원 규탄 서명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한대련 소속 대학생들을 멀뚱히 바라보면서 눈치 보던 서울 시민들은 한 30대 청년이 서명에 나서자 40대 주부를 시작으로, 잇따라 국정원 규탄 서명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은 기꺼이 모금에 나서며 한대련 학생들을 격려했다.

한대련 한 관계자는 이날 <에브리뉴스>와 만나 “(19)87년 6월 항쟁이 가져다준 대통령 직선제는 우리 역사에 있어 가장 빛나는 전취물로 유신독재에 항거했던 많은 선배열사들이, 80년 5월 광주시민들이, 87년 이한열 열사 등 대학생들이 선거권을 찾아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배웠다”고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참여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3일 서울 청계광장 근처에 내건 통합진보당 플래카드@에브리뉴스
그러면서 “검찰과 경찰은 국정원 범죄행위에 한편이 돼 (진실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침묵하고,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정조사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또한 언론은 어떤가. 민주주의 유린에 입을 닫고 있다”면서 “이 거대한 사기극에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시내 각 지하철에서 시작된 한대련 측의 국정원 규탄 서명운동은 제5차 범국민촛불집회가 열린 시청역까지 이어졌다.

3만여명 운집한 청계광장 촛불집회, 그들은 말했다

이윽고 국정원 국정조사 파행에 반발해 지난 1일부터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가 열렸다.

민주당 의원 127명 중 112명과 당원, 시민 포함 1만5천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3천명)이 함께한 ‘국민보고대회’에서 김한길 대표는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김 대표는 “지난 대통령선거를 전후해서 몇 달 동안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들이 연이어서 벌어졌다. 그 하나하나가 지난 수십 년 간 없었던 엄청난 헌정파괴 행위였다”고 말한 뒤 “(회담을 위한) 사전 조율이나 의전은 필요 없다. 언제 어디서든 박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이같이 말했다.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된 국민보고대회 이후 민주당 의원과 당원들은 시국회의 측이 주최한 제5차 범국민촛불집회에 합류,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촛불시민’이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이는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이 주최한 국민보고대회가 정형화된 집회였다면, 시국회의 측의 범국민촛불집회는 한바탕 축제였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수입재개 반대 촛불집회에서부터 나타난 ‘투쟁도 놀이의 일부’라는 흐름이 이날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서도 재연됐다.

▲ 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 참여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이 집회 직전 휴식을 취하고 있다.@에브리뉴스
오후 7시 20분, 시국회의가 주최한 제5차 범국민촛불집회가 막 오르자 청계광장의 열기는 한껏 고조됐다. 시민 3만여명(경찰 추산 4천명)이 함께 한 이날 촛불집회는 시작부터 청계광장 입구부터 첫 번째 다리 ‘모전교’까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세대 간 갈등과 세대 내 분열로 위험사회로 치닫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60대 할아버지는 기자에게 “국정원 국정조사가 파행이 됐는데, 새누리당 의원들 말이야 휴가 가서야 되겠어”라고 꼬집었고, 20대 대학생은 “촛불이 국정원 국조를 물타기 한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날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남녀노소, 세대불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들은 “원판김세(원세훈·김용판·김무성·권영세) 증인 채택해”, “민주주의 돌려놔”, “국정원 촛불집회 보도 안 하는 언론 각성하라” 등의 말로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만끽했다.

야당 정치인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국정원 국조를 파행시킨) 새누리당의 휴가는 꼼수 휴가, 악마의 휴가다.(신경민 민주당 의원)”, “(국정원 댓글을 분석한) 경찰 CCTV 동영상을 보면 실시간으로 댓글이 삭제됐다. 박근혜 캠프의 지시가 아니면 가능하겠나.(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박 대통령은) 휴가에서 ‘해변의 여인’ 코스프레 하지 말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박원석 정의당 의원)”

이 과정에서 촛불시민들은 “맞아!”, “옳소!”를 연호하며 호응했고, 일부에선 ‘박근혜 아웃(OUT)’, ‘박근혜 하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집회 막바지 ‘강백수 밴드’ 등이 공연을 펼치면서 범국민촛불집회의 열기는 극에 달했다. 일부 보수진영에서 주장하는 폭력사태도 배후세력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대신 이들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외쳤다. “박 대통령은 휴가 가서 사진 올리지 마시고, 국정원 개혁에 청사진을 제시했으면 좋겠어요. 촛불시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요약하면 이랬다. “응답하라. 박근혜 대통령”, “응답하라 새누리당.”

한대련 소속으로 보이는 한 대학생은 이 말을 남기고는 주변지역 쓰레기를 치우러 갔다. “8월 10일 7시에 10만 촛불대행진이 열립니다.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가 열린지) 한 달이 넘었는데, 언론은 모르쇠네요. 이번엔 10만명이 모여서 촛불의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한편 청와대 측은 전날 김 대표의 회담 제의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에 민주당은 4일 서울광장에서 ‘최고위원회-국민운동본부장단 연석회의’를 열고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전날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를 언급하며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살려보고자 광장으로 나온 국민들의 눈빛과 함성에서 열정과 분노를 동시에 봤다”고 자평한 뒤 박 대통령을 향해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더 이상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진실을 애써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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