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회담제의에 박근혜 대통령, ‘주도권 정치’로 응수
북한 회담제의에 박근혜 대통령, ‘주도권 정치’로 응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6.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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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北 회담 제의 의의와 朴정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과제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깜짝 발표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이란 병행노선은 병행할 수도 성공할 수도 없으며 스스로 고립만 자초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북핵노선을 강하게 비판한 6일, 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열자고 기습 제안했다.

우리 정부의 비핵화 선행 의지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북한이 사실상 전향적인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을 향해 “괴뢰대통령 박근혜”이라며 첫 실명 비난을 한 지 12일 만이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담화에서 남한이 이를 수용한다면, 즉시 판문점 적십자 연락 통로를  재가동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남북이 6·15 공동선언과 7·4 성명 관련 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박근혜 정부는 7시간 후 ‘남북 장관급 회담’을 오는 12일 ‘서울’에서 개최하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당국 간 회담 제의에 ‘장관급’ 회담을 판문점 등이 아닌 ‘서울’에서 개최하자고 역제안했다.

북한이 요구한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6·15 공동선언과 7·4 공동성명 남북 공동 기념행사 등 포괄적인 남북 현안을 다루기 위해선 단순 실무회담이 아닌 장관급 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장관급 회담 장소로 서울을 선택했다. 앞서 통일부가 지난달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열자고 한 것과는 사뭇 다른 기류다.

이는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는 물론 유신정권 시절 맺은 7·4 공동성명 남북 공동 기념행사 등 여러 현안을 제안하며 ‘저자세’로 나온 만큼 북한을 서울로 불러들여 회담의 이니셔티브를 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주도권 정치가 통했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경색 일변도로 치닫던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동북아 정세와 북미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북한 ‘깜짝발표’ 왜?…북·미 대화 의도한 듯

북한의 당국 간 회담 제의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앞서 지난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원장 특사로 중국을 방문, 6자회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데 이어 7~8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치적 카드를 들고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북한이 ‘중국특사(지난달 22∼24일)→남북대화 채널 복원 제안(6일)→미·중 정상회담(7~8일)’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다중포석이란 분석이다.

▲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남-북 장관급 회의 장소 및 날짜를 발표 하고 있다. 류 장관은 이날 남-북 장관급 회의를 오는 12일 서울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 @뉴시스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파국으로 치닫던 남북대화의 문이 열린 만큼 미국으로선 북·미 대화를 거절할 명분이 적어진 셈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역시 북한이 대화채널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면서 힘을 실어준 만큼 미국 측에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이 같은 태도에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6·15 공동선언 등 다양한 의제를 제안한 북한은 유신정권 당시 합의한 7·4 공동성명 발표 기념(41주년) 공동행사 개최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박 대통령에게 유화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경제난 극복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는 북한 측에 다른 경제특구 개발의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남북 장관급 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 회복까지는 적지 않는 변수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다. 박 대통령은 일관되게 북한 측에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전제조건이 비핵화에 있는 만큼 북한이 어디까지 의지를 보이는지가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북한이 남북 장관급 회담 의제 등을 놓고 우리 측에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북한 대표단은 지난 2011년 2월 남북 군사 예비회담 당시 언론보도를 문제 삼아 회담장을 박차고 떠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앞세운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한편 정치권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회담제의를 일제히 환영한다며 지지를 보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북한이 남북대화를 제의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키로 한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이번 회담이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본격 작동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의 긴장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 같아 기쁘다"”며 “우리 당국이 신속하고도 전향적으로 수용하기로 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과 북한이 개성공단 및 다른 이슈에 대한 대화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환영한다”며 “미국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동맹 및 파트너와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남북 쌍방이 접촉과 대화를 회복하기로 한 것을 기쁘게 느끼고 이를 환영한다”고,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양측 사이에 그런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지금의 대립 상태보다는 좋은 일”이라고 각각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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